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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여행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코로나 전에는 주말을 끼고 앞뒤로 연차를 내서 

비행기 타고 가까운 해외관광지에 가는 일도 흔하게 있었습니다. 

 

물론 자주 그렇게 한건 아니지만 여행 중독 비슷하게 

여행을 가지 않으면 무언가 허전하고 공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습관적으로 특가 비행기표를 검색하고 

비쌀때 대비해서 7-80%저렴한 표를 보면서 이건 가야한다면서 

서둘러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호텔비교사이트로

들어가서 가격비교를 하고 세식구 잘만한 럭셔리하진 않지만 그래도

훌륭해 보이는 호텔들을 예약하며, 가기 전날은 소풍 전날의 초등학교

어린이처럼 들떠서 잠도 못이루고 떠나는 일이 많았습니다. 

 

떠나기전 동선을 계획하면서 이미 그 여행이 시작된 마냥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여행중에는 일종의 나른한 일상에서 탈출한 뒤 맛보는 설렘이랄까 

정확히 묘사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무언가 좋은 기분에 중독된것처럼 

그렇게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렇기에 최근들어 국내 여행조차도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 현 상황이

정말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언제쯤이면 다시 자유롭게 해외로든 국내로든 여행다닐수 있는 

시절이 오게 될까요?

 

그리고 제게 물어봅니다. 왜 그토록 여행을 열심히 다녔냐고?

사실 여행을 다녀오면 다음달 그리고 그다음달 까지도 갚아야 하는

카드값에 통장이 텅 비게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저축도 얼마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신나게 지출을 하였습니다. 

여행을 다닐때는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었는데 저는 왜 그토록 

탕진잼 여행을 다닌 걸까요?

 

제자신에게 질문해봅니다. 여행의 이유가 있을까요?

저에게는 이유가 없을수도 있고 있을수도 있습니다. 

명확하게 저는 그동안 여행의 이유를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이책을 서점에서 보자마자 PICK했던 이유도 김영하 작가님이 

알려주는 여행의 이유를 한번 들어보고 싶어서 였을 겁니다. 

 

알쓸신잡에서 사물에 대한 식견과 혜안을 가지고 차분하게 설명해주시는

모습을 좋아했던 애청자의 한사람으로서

왜 우리는 이토록 여행을 좋아하는지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김영하 작가님이 알려주는 여행의 이유가 많이 있습니다. 

아 그렇지 라고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기를 수십차례..

그렇게 작가님의 생각에 빠져들어 봅니다. 

 

김영하 작가님의 산문집을 읽고 심히 공감하는 지점이 있어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나는 호텔이 좋다. 

모든 인간에게는 살아가면서 가끔씩은 맛보지 않으면 안되는 반복적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과 만나 안부를 묻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는다거나 철저히 혼자가 된다거나 죽음을 각오한

모험을 떠나야 한다거나, 진탕 술을 마셔야 한다거나 하는것들,

 

약발이 떨어지기 전에 이런경험을 복용해야 그래야 다시 그럭저럭 

살아갈 수가 있다. 오랜 내면화된 것들이라 하지 않고 살고 있으면 때로 

못견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이런저런 합리화를 해가며 결국은

그것을 하고야 만다. 

 

내경우는 이렇다.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을 떠나 낯선도시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예약해둔 호텔에 도착하고,호텔의 예약자 명단에 내이름

이 있음을 확인하고,방을 안내받아 깔끔하게 정리된 순백의 시트에 누워

안도하는, 그런 경험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

 

호텔은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집이 아니다. 어떻게 다른가?

집은 의무의 공간이다. 언제나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띈다. 설거지,빨래,청소

같은 즉각 처리해야 가능한 일도 있고, 큰 맘 먹고 언젠가 해치워야 할 해묵은

숙제도 있다. 집은 일터이기도 하다. 

 

..

 

오래 살아온 집에는 상처가 있다. 지워지지 않은 벽지의 얼룩처럼 온갖 기억들이

집 여기저기에 들러붙어 있다. 가족에게 받은 고통,내가 그들에게 주었거나,

그들로부터 들은 뼈아픈 말들은 사라지지 않고 집 구석구석에 묻어 있다. 

집은 안식의 공간이어야 하지만 상처의 쇼윈도이기도 하다. 

 

..

 

잠깐 머무는 호텔에서 우리는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

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 모든것이 제자리에 잘 정리되어 있으며 설령 어질러

진다 하더라도 떠나면 그만이다."

 


왜 우리가 그토록 집이 아니라 호텔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보다 논리적인 글은 본적이 없습니다.ㅎㅎ

 

 

언젠가는 지긋지긋한 이 코로나도 지나가리라 봅니다. 

언젠가 우리의 여행의 꿈도 다시 실현가능한 꿈이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주말에 공항으로 가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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